Ah-Bin Shim | 심아빈
 
 
Ah-Bin Shim      심아빈 ahbinshim@gmail.com
CV Works Text News updated
2017.07.22
        © ABS
 
 
내면의 관찰자

이정선  |  문화예술기자  |  2015. 7.
(출처: 네이버 헬로아티스트)


“그간의 작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자기 고백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심아빈 작가가 툭 던진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인생은 무엇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졌다는 심아빈 작가. 애초에 쉽사리 답을 얻을 수 없던 의문은 슬픔, 불안,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화학작용을 일으키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만 갔다. 세상이란 문을 열고 나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낭떠러지를 만나 좌절하다가 다시 힘껏 날아오르는 과정을 담은 64장의 그림 [인생(Life)]이 심아빈 작가의 학교를 벗어난, 공식적인 데뷔작인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인생’은 심아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작품의 화두인 동시에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인 것이다.

내 안의 너
인생은 어쩔 수 없이 나의 존재로 말미암은 운명론적 결과물이다. 나의 존재를 빼놓고는 인생을 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고전 철학과 인문학의 역사 깊은 떡밥을 심아빈 작가는 ‘너’라는 존재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여기 서로 다른 10장의 그림이 놓여 있다. 원으로 시작해 삼각형을 지나 다시 원으로 보이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관람객은 이것이 하나의 원뿔을 꼭지점에서부터 시작해 180도 회전시킨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원과 삼각형이라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여겨지는 도형이 실은 한 몸이었던 것이다. 
이번엔 원과 삼각형이 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관점에 따라 삼각형이 크게 보이기도, 원이 캔버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하지만 본래 삼각형은 원뿔이며, 마지막 두 개의 그림에서 나타나듯이 수직선 상에서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아래에서 위를 향해 본 두 개체의 모습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대등한 관계에 있다.
 
전혀 달라 보이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또는 거울 속의 반사된 모습처럼 나는 너이고, 너는 곧 나인 것이다. 너와 나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역학관계를 가지기도 하고 때로는 힘겨루기를 하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이기도 하다. 심아빈 작가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같은 제목으로 선보인 총 네 편의 [너와 나(You & I)]는 원뿔, 거울, 낚시를 매개로 너와 나의 관계를 고찰한다.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며 이기려고 했던 상대가 거울 속의 나였다는 사실, 그리고 낚싯대를 지루하게 드리운 채 그토록 잡고 싶었던 대상이 결국 나 자신이었다는 확인은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운다.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너무나 미미하지만, 동시에 거대한 우주를 품고 있는 나 자신을 말이다.

탄생과 두려움
삶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시각각 변화한다. 이 세상을 산다는 건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영화의 시퀀스처럼 장면을 나열해 연속적인 움직임을 의도하는 심아빈 작가의 작품은 우리 삶과 같이 생동한다. 그리고 삶의 가장 극적인 장면은 누가 뭐래도 탄생의 순간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소설 『데미안(Demian)』에 나온 유명한 글귀처럼 그녀의 작품에서도 알은 곧 탄생을 의미한다. 구멍을 통해 알은 세상 밖으로 나온다. 
 
태어나는 것은 일순간이지만 그 후에 맞닥뜨리게 되는 세상의 풍파는 길고 지난하다. 삶 속에는 기쁘고 행복한 순간도 많지만 슬프고 불행한 일 투성이기도 하다. 심아빈 작가의 작품에는 후자의 이미지가 짙게 깔려 있다. 그 중에서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그녀를 지배한다. 심아빈 작가의 작품에는 유독 매달려 있는 이미지가 많다. 가느다란 실에 대롱대롱 매달려 언제 끊어져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광경. 심아빈 작가에겐 삶이 그랬다. 유학 후에 백수로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던 기억과 갤러리스트(Gallerist)로 활동했던 5년의 시간을 뒤로하고 늦은 나이에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선택, 그리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작가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그녀를 짓눌렀다. 그러나 두려움은 실체가 없는 관념일 뿐이다. 나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대가 결국 거울 속의 나인 것처럼, 두려움을 만들어낸 것 역시 자신이다.

“인간 내면의 갈등을 다룬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The Glass Bead Game)』는 제가 좋아하는 소설이자 제 작업에 많은 영감을 주었어요. 이 소설의 서평 중에 독일 문학자 파울 뵈크만(Paul Böckmann)의 ‘인간에 대한 위협은 밖으로부터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자신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내용이 나와요. 아무리 부유하거나 좋은 환경에 있더라도 인간 본연의 외로움이나 고독, 슬픔, 두려움 등 내면의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잖아요. 거울 속의 나와 줄다리기를 하는 작품 [나와 너(You & I)]에서 보듯 대립된 존재가 실은 하나로 이어져 있고, 밀고 당기면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과정이 인간의 업(業)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훈련하는 운동선수와 작업 중인 예술가
그래서 골프와 낚시처럼 흔히 정신 스포츠로 대표되는 두 종목에 심아빈 작가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고도의 마인드 컨트롤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를 통해 자신 안의 두려움을 잠재우고 싶은 무의식이 작동했을 것이다. 실제로 심아빈 작가는 어렸을 때 처음 텔레비전을 통해 본 골프라는 스포츠가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운동 종목 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장소에서 경기를 벌이지만 그들의 목표가 아주 작은 구멍이라는 점이 그랬다. 그러다가 관심이 생겨 이런저런 책을 뒤져보면서 골프가 주는 삶의 교훈에 깊이 공감한다. 균형감, 집중력, 평정심, 인내심 등 마음을 갈고 닦는 과정은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들여다봐야 하는 예술가에게도 꼭 필요한 덕목이었다. 낚시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물고기가 아닌 세월을 낚았다’는 강태공의 일화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작업하는 게 낚시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언제 물고기가 잡힐지 알 수 없듯이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나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잖아요. 저는 그저 작업을 할 뿐이에요. 낚시꾼이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듯이. 하지만 그 행위가 없다면 성공도 실패도 없겠죠.”
 
삶을 지탱해주는 것
전반적인 음울한 정서에도 불구하고 심아빈 작가의 작품은 심각하기보다 스리슬쩍 미소가 지어지는 쪽이다.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것(Something You Can't See with Both Eyes Open)]에서 상자에 작은 구멍을 뚫어 놓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맞은편 거울에 자신의 얼굴이 비친다. 그리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한 눈 뜬 당신의 모습(You, with One Eye Open)’이란 글자가 보여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작품의 색감도 대체로 밝고 화사하다. 이를 인생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대한 반어법이라고 심아빈 작가는 말한다. 또한 이는 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도 관련 있다.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에 ‘단일의 양극(opposite poles of a unity)’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함축적인 문구더라고요. 제 안에는 늘 대립과 투쟁, 갈등이 존재하는데 이런 것들로 인해 ‘삶’이라는 움직임을 갖게 되고 그로써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새하얀 캔버스의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를 향해 사선으로 바느질된 깔끔한 직선 한 줄. 그러나 뒷면에는 지저분하게 실이 이리저리 엉클어져 있다. 심아빈 작가의 [직선의 의미(Meaning of a Straight Line)]를 보고 나니 인생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지만, 어떻게 인생을 대해야 할는지는 조금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Internal Observer

Jeong-seon Lee  |  Arts & Culture Reporter  |  Jul. 2015.
(Article featured in Navercast: ‘Hello! Artist’)

“I find that talking about my work ultimately leads to a kind of self-confession.”
It pretty quickly became apparent what artist Ah-Bin Shim had meant when she made this comment prior to our interview. Shim says she has always pondered the big questions of life—from the nature of life to the reasons for her particular existence—since an early age; so early, in fact, that she doesn’t remember exactly when this preoccupation started. Since answers to these questions were not readily available, the questions at some point began to mingle with various negative emotions from sadness and anxiety to fear as in a type of chemical reaction, and began to snowball. For this reason, the sixty-four drawings on photographs that comprise Life (2005), her official debut as an artist and first work outside of art school, is particularly significant. It documents the familiar ups and downs of life we all go through the moment we step out into this world: stumbling one moment then picking oneself up again, despairing on the edge of a precipice then flying back up with renewed energy. ‘Life’ is both the main theme of her body of work and her eternal enigma.
 
The You in Me
Life is the inevitable and fatalistic outcome of my existence; any discussions about life must presuppose my existence. Who, then, am ‘I’? Shim’s works attempt to explain this age-old bait of classical philosophy and the humanities through the existence of ‘you’. 
Ten paintings are presented to us in a neat horizontal row. From one end to the other, what begins as a circle gradually morphs into a triangle only to morph back into a circle. It soon dawns on the viewer that these paintings represent a 180° rotation of a single cone as seen from above. Figures that appeared to be at complete odds to one another, that is, the circle and the triangle, turn out to be aspects of a single three-dimensional figure.

This time, the circle and the triangle are connected by a single line. Depending on the viewing angle, one or the other figure can appear bigger or smaller, sometimes taking up most of the canvas and sometimes retreating into the background. But here too, the triangle is actually a cone, and the lower two paintings are images of two entities viewed vertically, one from the top and one from the bottom, depicting them as equals connected by a straight line.
 
What at first seemed to be two entirely different things are demonstrated to merely be two sides of the same coin, or a figure and its reflected image in the mirror. Or, to put in other words—I am you and you are me. And you and I can exist in a relationship of shifting dynamics that often times depend on or alter according to the point of view, i.e. where we happen to be standing. And so at times there is high tension between you and I as in a tug-of-war, and at other moments the dynamic is akin to a chase, with one or the other proving tantalizingly out of reach. This relationship between the I and the you has been explored by Shim through the media of cones, mirrors, and fishing rods in four pieces entitled You & I (2011-2013). The realization that the other end of the rope in the tight tug-of-war was held by none other than myself, that the big catch I was hoping to make as I sat in tedious anticipation was none other than myself; as these truths dawn, I am reawakened to the significance of my existence. In some ways, I am almost insignificantly trivial, as a single grain of sand on a beach may be, yet my being simultaneously holds an entire cosmos within itself.

Birth and Fear
Life is neither stationary nor fixed, but ever changing. To live in this world is to live in time. Shim’s works live and breathe as our lives do, the arrangement of sequential scenes in her works gesturing toward continuous motion. And the most dramatic and pivotal scene in this progression of life is undoubtedly the moment of birth. “The bird fights its way out of the egg,” wrote Hermann Hesse in Demian, and in Shim’s works we also see that the egg represents birth. The egg comes into the world through a hole.
 
Our moment of birth is over soon enough, while all that follows, the ebb and flow of this world that we must consistently face, are relentless and unforgiving. Life offers many joys and pleasures, as it does numerous sorrows and misfortunes. In Shim’s works it is the latter two that cast the longest shadow. There is a particular preoccupation with the vague fear of an unknowable future. A preponderant feature of her work is suspension, as of someone or thing dangling, or perhaps hanging from some height. Barely holding on to a frail rope, as though moments away from the inevitable fall—to Shim this described life itself. The prolonged period of restlessness following her studies, her decision to put behind her five years’ of living and working as a gallerist in order to become a full-time artist, and the subsequent self-doubt that plagued her daily—all of this encroached on her sense of security. But fear is a notion without substance; as my rival in a fierce contest of rope-pulling turns out to be merely my own image reflected back to me, our fears too, perhaps, are solely our creation.
 
“In his novel The Glass Bead Game (Das Glasperlenspiel), Hesse examines the nature of inner conflict. This is a favorite book of mine as well as a source of inspiration in my work. The German literary scholar and critic Paul Böckmann, in his review of the book, said that the threat to humans comes not from the outside, from external sources, but from our own internal problems. We could be well-off or comfortable in life, but we know that doesn’t exempt us from the internal struggles of loneliness, solitude, sorrow, and fear that are an intrinsic part of our humanity. I think these conflicting aspects of the self are in fact connected, as the rope connects me to my reflection in You & I. And maybe it’s our lot as humans to be in constant turmoil and to be forever pushing and pulling and struggling against the many, especially in ourselves.”
 
Athlete in Training, Artist at Work
Shim’s fascination with two representative sports characterized as mental games, golf and fishing, is not coincidental. The subconscious desire to relieve her fears through these mentally challenging sports requiring composure and control were no doubt at work. Shim tells me that when she first encountered golf through the TV screen at a young age, she found the whole thing pretty ridiculous. She found it funny that while requiring a vast playing ground, perhaps the biggest of any sports, the goal of the game was focused on these tiny little holes. Then she gradually became interested in the sport and began reading various books, to ultimately realize the deep life lessons behind the game. She found the mental training and skills required of golfers, namely sense of balance, concentration, composure, and patience, to be very much in line with the virtues essential to artists, whose working process entails a constant looking inwards and self-scrutiny. Fishing was no different from golf in that respect. Shim found herself especially drawn to Jiang Taigong and the tale of how he ‘fished to bide time, rather than to catch fish’.

“I felt that fishing was a good metaphor for what I do in the studio. You never know when fish will bite, just as I work without knowing when a good idea or opportunity will strike me. Instead I focus on the work itself, much as a fisher will cast his line then sit and wait by his rod. But without that act, there wouldn’t be any success or failure to speak of.”
 
Life Props
Despite the overall somber tone, Shim’s works come off as quietly amusing rather than serious. In Something You Can't See with Both Eyes Open (2012), a small hole has been drilled into a mirror box. Put one eye to the hole and peer inside, and you are greeted by your reflected image and a caption below that reads, ‘You, with One Eye Open.’ You can’t help but smile. Shim generally sticks to colors that are bright and lively. She describes this as her ironical approach to the weighty subject of life. This connects to her personal attitude toward life.
 
“In Hesse’s The Glass Bead Game, I came across the phrase ‘opposite poles of a unity’ which perfectly connotes what I wish to express through my work. There is a constant struggle within me, and this conflict and incongruity, I think, are what animate me with the motion of ‘life’ and allow me to continue living.”

A neatly-sewn straight line crosses the canvas diagonally from one end of the canvas to its opposing end. Turn the canvas over, however, and you see a messy tangle of thread. This is Meaning of a Straight Line (2013), and seeing this work I think I now have an inkling of how to approach life, though it remains, as ever, an enigma.
 
  Prev        1        2        3         Next